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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이예인은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도 최일선을 달리는 이상한 사람이다. 이상한 사람과의 교분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울적하게 자부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르든 늦든 이 녀석과는 어떤 종류의 교분을 맺게 되지 않을까…… 하고 조금 암담한 전망을 갖게 되고 마는 것이다. 어쨌든, 아직은 같은 반에서 같은 수업을 듣고 있는 정도지만.
평상시의 생활은 병약소녀라고 해도 좋을까. 극도로 말수가 적고, 길게 기른 앞머리로 완벽하게 눈을 가린 그녀가 창가의 책상에서 일어나는 시간은, 교실을 이동하거나 등하교 할 때 뿐 이다. 소심하다고 보기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책상을 내려다보고 있는 게 기본 스탠스.(눈이 가려서 보이지 않지 올바른 인간으로서는 문제가 있는 태도겠지. 일반적으로는 소심하고 낯을 가리는 것 뿐 이라는 평인 모양이지만……. 이제는 거의 도도한 새끼 고양이 취급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보거나 하지는 않지만 거의 학급의 보호대상 따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나를 빼고는. 그녀의 이상異常을 깨달은 건, 1학기가 끝나가는 6월 무렵이었다.
자살사건이 있었던 것이다. 미수지만. 1학년에 입학한 정말로 평범하게 소심한 소녀가 고등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덧붙여 괴롭힘을 당해 아주 평범하게 옥상에서 투신. 1층에 있는 우리 반의 바로 옆 콘크리트 바닥으로 요란한 소리와 함께 추락했다. 미수라고는 하지만 3층 옥상에서 뛰어내린 것이다. 동맥류가 지나가는 어딘가의 복합골절. 즉사 당연하게도 비명을 지르고 난리법석. 울음을 터뜨리는 여자아이와 벌벌 떨면서도 허세를 부리며 창밖을 구경하는 남자아이들의 아비규환 가운데서.
나는 보았다. 투명한 볼에 튄 붉은 피를 묻힌 채로 평범하게 예의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는 이예인을. 덧붙여, 그 물병을 한가롭게 쪽쪽 빨고 있는 모습을.
그때야 깨달았다. 아…… 이 녀석은 소심한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무심한 거구나. 라고. 새끼고양이라니, 터무니없다. 그 녀석은 잠자는 호랑이다.
뭐. 서론이 길어졌지만. 예인과 나의 달콤쌉싸름한 추억이라고 한다면 이게 전부다. 그런 이상점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특별히 먼저 말을 걸어 볼 만큼 나는 한가롭지도 용기있지도 않고, 당연하게도 그녀는 나 따위에겐 관심이 없다. 추억이라기보다는 관찰일기에 가까울지 모르지만 어쨌든 내가 예인에 대해 아는 거라곤 이것 뿐 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목이 부러진 채로 그런 엉뚱한 걸 생각하고 있었다.
5교시를 마치고 15분이 지난 2시 15분. 극락고등학교 제 2 별관 3층과 2층 사이의 층계참. 20개의 계단을 굴러 떨어져, 층계참까지 도달한 시간은 채 5초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어설픈 낙법을 칠 수도 없었다. 뒤로부터 꽂혀 간장肝腸을 갈기갈기 찢어놓은 세 번의 칼질로, 딱딱하게 경직된 몸은 그런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심하게 칼날을 비틀어 준 덕분에 만약의 여지는 깡그리 사라졌다. 안일했다. 얼마나 안일하게 살아온 18년인가. 살인사건은 TV속에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내게는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곤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도 그렇잖아? 딱히 원한을 살만큼 악독하게 살아온 것도 아니고, 목숨을 위협하는 적을 만들만큼 열심히 살아온 것도 아니다. 거기다, 여긴 학교잖아.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예령이 울린지도 5분이나 지난 시점이다. 내가 층계참으로 떨어지는 소리는 꽤나 요란했겠지만, 음악실은 별관 3층에 있고, 2층과 1층은 사용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극락고등학교의 음악실은 쓸데없이 방음시설이 잘 되어 있으니, 아마 내 시체는 수업이 끝나고 나서야 발견되겠지. 흉측한 사 멍한 머리로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다. 의외로 사람이 죽을 땐 주마등같은 건 보이지 않는구나, 라고 얼빠진 생각을 하면서. 꺾인 머리로 층계참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 이예인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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